최근 서울에서 집을 구하려는 분들 사이에서 한숨 섞인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매매가 아닌 전세 가격이 단 몇 개월 만에 수억 원씩 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안심하고 전세로 돌아서려던 세입자들은 이제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 가격을 생각하고 중개업소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하는 이유와, 현재 서울 임대차 시장이 이토록 가파르게 마비되고 있는 실태를 짚어보았습니다.
서초·잠실 중심의 기록적인 전세가 폭등 실태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임대차 시장의 가격 상승세는 비현실적인 수준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및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면적 80.21㎡는 지난 3월 2층 매물이 20억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13억~14억 원대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9개월 만에 전세 가격만 6억 원 이상 폭등한 셈입니다.
송파구 잠실르엘 전용면적 84㎡ 역시 최근 전세 호가가 17억 원선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단지는 불과 두세 달 전만 하더라도 일부 급매물이 10억 원선에 거래되었던 곳입니다. 단기간에 수억 원씩 호가가 오르다 보니 현장에서는 어제 본 가격의 매물이 오늘 사라지는 혼란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수치로 드러난 전세 실종과 임대인 우위 시장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둘째 주(11일 기준)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28%를 기록했습니다. 4월 셋째 주부터 3주간 0.14%~0.15% 수준에서 횡보하던 상승률이 순식간에 두 배 가까이 확대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2.89%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0.48%와 비교해 무려 6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의 집계를 보면 시장의 매물 가뭄은 더욱 심각합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6926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5.7% 급감했습니다. 특히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중랑구(-83.2%), 성북구(-83.2%), 관악구(-79.7%) 등 외곽 지역의 매물 감소세가 두드러졌으며, 강남구(-17.3%)와 송파구(-10.7%) 등 강남권 3구를 포함한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에서 매물이 줄었습니다. 이로 인해 공급 물량 대비 수요를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는 113.7을 기록하며 2021년 3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매매수급지수(108.3)를 웃도는 수치로, 시장 주도권이 완전히 집주인에게 넘어갔음을 보여줍니다.
전세 공급을 마르게 한 제도적 배경과 규제 영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 실종 현상의 원인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와 실거주 의무 강화를 꼽고 있습니다. 5월 9일 기점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서, 매도를 포기하거나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들이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으로 인한 실거주 요건이 깐깐해지면서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는 경우가 많아져 전세 공급 자체가 차단되었습니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의 체감 경기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서울시가 공인중개사 4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5%가 ‘전세 수요가 증가했다’고 답했고, 68.9%는 ‘전세 매물량이 감소했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와 연립·다세대 시장에서도 수요 증가(53.4%)와 매물 감소(51.3%) 응답이 과반을 차지하며 주택 시장 전반으로 임대차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2026년 서울 부동산 시장과 집값 전망의 나비효과
현재의 전세 시장 마비는 향후 서울 전체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향후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가 거주 요건 중심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도가 개편되면 세금 부담을 느낀 비거주 집주인들이 기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아예 본인 실거주로 돌아서면서 전세 공급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청담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세 부담 증가를 우려한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들의 월세 전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세 매물이 사라져 전세가가 매매가 턱밑까지 차오르면, 결국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서며 서울 집값 전반을 밀어 올리는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당분간 서울 규제 지역 내 공급 확대나 제도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임대인 우위 시장 속에서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반 상승하는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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